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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신은 고해를 하러 갑니다.
오늘 나는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 Cast
2020. 02. 23
KPC │레이시 타사르
PC │오드
200223
나는 이 세상의 마지막을 그대와 함께 ...
KPC. 레이시 타사르
PC. 오드
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당신은 이 성당의 신부와 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처음 그가 온 순간부터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으나 성당 내부에 있는 서적들은 당신을 매혹시키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빌리러 가는 당신, 그걸 받아주는 신부.
미묘한 친밀감은 그 때부터 자리했습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그래도 해야지요.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레이시입니다.
신부복을 입고 있는 레이시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가 묻습니다.
레이시 타사르:기도를 하러 오셨습니까.
오드:...안녕하세요, 신부님. (어설프게 웃었다.) 네, 그렇죠. 언제나처럼요.
레이시 타사르:(그는 수척한 기색이 역력한 낯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으로 미간 사이를 덮어 꾸욱 누르다가 손을 떼어냈다.) 항상, ... ... 성실하십니다. 자매님,께서는. ...(어쩐지 말 끝을 흐렸다.)
오드:아뇨,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대꾸하다가 당신의 수척해진 낯을 걱정스레 올려다본다.) 안색이 나쁘시네요. 너무… 무리하고 계신 건 아니지요? 신부님.
레이시는 당신의 말대로 안색이 무척 나쁩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눈 밑에 퀭한 것이, 상태가 영 별로입니다.
오드, <아이디어> 롤.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보면 성당에 휴게실이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를 위해, 차라도 타 주는 게 좋겠다는 직감이 듭니다.
오드는 홀로 자리를 이동합니다.
성당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오드, 휴게실 내부 전체에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주워서 읽어보나요, 오드?
오드:(읽습니다.)
[ 그 저주는 마치 전염과 같아서 , 누군가의 주도 하에 퍼지면 겉잡을 수 없게 된다 . ]
저주? 전염?
미묘한 내용에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오드:(떨떠름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일단 주머니에 감춘다. 신부님은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실까?)
(찻잎을 우려내어 찻잔에 들곤 레이시에게로 되돌아간다.)
찻잔을 든 당신은 기도를 하고 있던 신부에게로 돌아갑니다. ...
레이시 타사르:... ... 차를, ... ... 끓여오셨습니까.(돌아온 당신을 보고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시선은 당신이 든 찻잔에 가 있었지만, 감사합니다, 라는 감사의 답이 나온 것은 수 초 뒤였다. 당장 당신이 저를 위해 차를 끓여준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듯 싶다.)
오드:피곤해보이셔서요. (늦은 감사 인사에도 옅게 웃어보였다. 장난스런 말투로 덧붙이며 당신에게 잔을 내민다.) 혹시 싫어하신다면, 저 혼자서 두 잔을 다 먹어야겠지만 말예요.
레이시 타사르:아, ... ... 그,(그제서야 벌어져있던 거리를 좁히려 당신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제가, 먹겠습니다.(일견 목소리에는 비장함마저 서려 있었나. 망설임을 멈춘 손이 당신이 쥐었던 찻잔을 들어 가져왔다. 꽤 뜨거울 텐데도 한 모금을 크게 마셔 넘겼다.)
당신이 준 차를 마신 레이시는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오드, <심리학> 판정.
오드:
기준치: | 78/39/15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신부는 무덤덤한 표정을 가장하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미미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당신은 그 안에서 '불편함'을 조금 읽어냅니다.
아니, 불편함이라 해야 할까요.
... ... 망설임?
오드:(조금 의아해진다.) ...어...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정말 싫어하시는 건 아니죠? 억지로 드시진 않으셔도 돼요.
레이시 타사르:아, ... ...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당신의 말에 저가 더 놀란 듯 눈을 피하듯 굴렸다. 그리고는 잠시 일렁이는 찻물을 빤히 바라보았다.) ... 그러고보면, 요즘 별 일 없으십니까. 건강이 안 좋으시다던지, ...(당신 주변의 사람은 괜찮냐던지 하는 질문은 묻지 않았다. 떠돌이 집시 생활을 하다 마을에 정착했었지.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되뇌였다.)
오드:저야, 뭐. 보시다시피. (머리카락을 귓가로 쓸어넘기며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아직까진 별 일은 없었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요. …신부님께서도 무탈하시죠?
레이시 타사르:그렇군요, 불행 중 다행,으로, ... ...(약간 말 끝을 흐리게 되며,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찻물을 들이켰다.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피곤한건가.) 저 역시도 무탈합니다. 제가 무탈해야지, 또 이 마을도 무너지지 않지 않겠습니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오드는 휴게실에서 발견한 종이를 떠올립니다.
레이시라면 '저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까?
오드:아, 참. (생각이 들자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종이를 꺼낸다.) 저 아까 이상한 쪽지를 주웠는데요. 혹시 신부님도 보셨나요? 아무래도 내용이 좀 불길해서요.
(종이를 펼쳐 당신에게 보였다.) 이거예요.
종이의 내용을 읽어낸 레이시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레이시 타사르:...!(저도 모르게 찻잔을 놓칠 뻔 했다. 다행히 놓치지는 않았으나 심하게 흔들린 찻물이 바깥으로 튀어 수도복의 소맷자락을 적셨다.) 그, 죄송합니다. 물이 튀지는 않으셨습니까. ...(애써 당황을 감추는 표정으로 당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그, ... ... 종이에 관한 것은. ...(그리고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계속 막아내려 하며 몇 초 간 말이 없었다. 느릿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단 세력들이, ... 휘갈겨놓고 남긴 종이인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세계의 종말을 읊어대는, 세력들이 조금씩 들끓는 듯한 추세라. ... 정확히는 알지 못하나.(약간은 횡설수설했지만 어떻게든 꽤 납득할만한 이유를 내뱉었다.)
오드, <심리학> 판정.
오드:
기준치: | 78/39/15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나 오드, 당신은 눈치챘습니다.
레이시는 그 단어와 관련된 비밀을 가진 것만 같습니다.
오드:…아, 아녜요. 다행히 안 튀었어요. (당신의 동요에 덩달아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왜 그렇게 놀라시지? 무언가 감추려는 듯한 당신의 표정을 빤히 응시하며 말을 잇는다. 그럴 듯한 대답이 돌아왔는데도… 어째서인지 진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의심이 머릿속을 맴돌고.) …그런가요? 이단 세력이라니, 신부님들께서도…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겉으로는 애써 내색하지 않은 채 그저 웃음을 띄었다.)
레이시 타사르:네, 그렇습니다. ...(묵직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으나, 역시 당신에겐 납득하기 어려웠을 테다. 걱정 감사합니다. 천천히 내뱉었다.) ... ... 그러고보면, ... 곧이어 또 그것과 관련해 상의할 게 있었군요. 벌써 시간이, 이리된지 몰랐습니다. ...(어느덧 찻잔의 물은 다 비고 없었다. 레이시는 텅 빈 찻잔 안에 계속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가,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자매님. 이만 할 일이 있는지라, ... 자매님께서도 돌아가시는 편이 좋으실 것 같다, 생각됩니다.
레이시는 약속을 이유로 당신을 돌려보냅니다.
성당 바깥으로 나온 오드는 조금 의아합니다.
거의 쫓겨나오다싶이 한 지금, 레이시에게 보여주었던 종이가 떠오릅니다.
오드, <지능> 롤.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종이는 책에서 떨어져나온 듯 찢어진 모양새였습니다.
그렇다면 성당 내부에 이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이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에 사로잡힌 오드는 레이시 몰래 뒷문을 통해 성당 지하에 있는 서재로 향합니다.
..
서재 안은 허전합니다.
몇 개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당신이 올 때면 언제나 이곳은 책들로 가득했으니까요.
오드,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오드, 강행 가능.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책장을 둘러보던 중 몇 가지 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 열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오드, <자료조사> 판정.
오드:
기준치: | 20/10/4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오드, <관찰력>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오드, 강행 가능.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책장을 유심히 살펴보던 당신은 나무 책장 틈 사이에 끼워진 또다른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페이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녀를 찾아라 ! 마녀를 잡아라 ! 마녀가 모든 것을 주도하였노라 , 신의 사자는 가짜다 ! ]
필기체로 적힌 글자를 보아하니 이건 책에 인쇄된 것이 아닌 타인이 직접 쓴 문장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오드:…마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당신은 탁자에 놓인 편지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읽어볼까요?
오드:(읽는다.)
[ 레이시. 나일세 . 몇 달동안 자네에게 소식이 없어 편지를 보내네 .
일은 되어가고 있는 겐가? 소문은 들었네만 왜 빨리 끝을 내지 않는 거지?
이해할 수 없군. 이건 우리의 … 일세. 자네도 알지 않나, …의 …는 ]
그 때,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숨거나,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올 사람은 레이시 말곤 없으니까요.
오드:(흠칫 놀랐지만 숨지는 않았다.) …어… 신부님? (나쁜 짓 하다 걸린 아이의 기분으로 약간 뻘쭘해진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소리가 함께 섞이더니, ... ...
다른 이를 보며 문을 연 레이시는 당신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립니다.
레이시 타사르:... ... 도대체 왜, ... 여기에, ...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 ... 약속이 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자매님, ...(당황보단 황당에 가까운 표정으로 불편히 눈을 굴렸다.) ... 나가십시오, 지금 당장.
당신은 그가, 당신의 존재를 반가워하지 않는 느낌이 가득하단 것을 눈치챕니다.
오드:……그, 전에 빌려주신다고 했던 책을… 찾아보려고 왔는데…. (생각나는 대로 변명을 뱉어보고는 황급히 뒷걸음질친다.) 죄송해요, 어, 그럼 저는 이만. (이거 약간 잘못 건드린 것 같은데? 화나셨나? 일단 서둘러 빠져나갔다.)
당신은 황급히 문을 빠져나가며 레이시의 안색을 살핍니다.
곤란함으로 싸늘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은, ... ...
'약속'에 끼어들게 된 당신의 존재를 반기지 않는 걸까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착잡한 감정 어린 시선이. ...
오드는 이질감에 휩싸입니다.
저게 레이시라고?
마을에서 존경받던 신부님이라고?
오드는 어쩐지, 금방 그가 보였던 태도가 신을 모시는 자가 드러낼 법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자신이 알던 조용하고 침착한 레이시가 아니었습니다.
SANC 0/1
오드:
기준치: | 65/32/13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닙니다.
아니에요.
금방은, ... 그래요. 자신이 잘못한 게 맞았으니까요.
오드는 마음을 추스릅니다.
이성치 감소 없음.
오드:(많이 화나셨나봐. 다음에 꼭 사과드려야지.)
하지만 이젠 '정말로' 성당에서 쫓겨나버렸으니까요.
이 날 하루동안 성당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습니다.
오드:(훌쩍)
이제 갈 곳은, ... 마을 뿐이던가요.
오드:(마을로 돌아간다.)
성당에서 빠져나와, 아니, 쫓겨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오드,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오드:... (밝지 못한 분위기에 기분이 쳐진다.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오드:(아이들에게 다가간다. 곁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 얘들아, 뭐 하고 있니?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다가와 쪼그려 앉은 당신을 발견한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아이: 누나,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말재주>나 <설득> 등, 대인 기능 판정을 사용해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오드:…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가, 애써 밝게 웃었다.) 무슨 소리야. 아냐. 곧 신께서 모두를 구해 주실거야.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아이: 그렇지만, ... 그렇지만, ... ...
아이가 결국 와앙 울음을 터트립니다.
울음은 전염되어, 주변 아이들까지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습니다.
오드, 다시 한 번 <대인 기능> 판정.
오드:
기준치: | 45/22/9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아이들을 다정히 달랬습니다.
겨우겨우 울음을 그친 한 아이가 중얼거립니다.
아이: 저희 말이에요 ,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 모르겠어요 .
오드:…신부님께서? (아이의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으며 대꾸한다.) 음, 신부님은 마음이 착하셔서 그러셨을 거야. 워낙 다정하신 분인걸.
아이들은 고사리만한 손으로 눈물 젖은 눈가를 닦아내더니,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였습니다.
"누나처럼 말이죠?"
이윽고 해맑게 웃습니다.
오드:(치명적인 귀여움에 내적 심붙잡…) 누나가 다정해? 진짜, 아, 귀여워라...
이후로도 당신은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떠들었습니다.
오드:(양 뺨에 마구 뽀뽀해주고 어른들에게 향한다.)
뽀뽀를 받은 아이들이 누나 잘 가요! 언니 다음에 봐요,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오드:(안녕 얘들아...)(열심히 손흔듬!)
당신은 천사같은 아이들을 뒤로 하고 어른들에게 향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 당신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 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보았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 그거 들었어요 ? 뱀의 저주라고 .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
“ 악마야 .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
악마.
오드, <지능> 판정.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문득 검은 수도복의 레이시가 떠오릅니다.
악마.
어쩐지 그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기시감과 공포감이 듭니다.
왜?
오드:…아냐, 아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아니야.
당신은 애써 고개를 도리질치며 몸을 돌립니다.
아, 더 이상 이 곳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당신은 회관을 나옵니다. ...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오드:(사내에게 다가간다.) …저, 어르신. 조금 진정하세요.
그러나 남자는 쉽사리 진정하지 못하고, 되려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광인: (정신이 나간 것처럼 당신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쓴다.)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넌 알지, 넌 아는 눈이야. 넌 악마가 누군지 아는 눈이야. 그런 눈이야,
당신이 당황하는 사이,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장정이 나타나 사내를 억지로 당신에게서 떨어트리려는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 친구 … ”
왜 자꾸,
왜,
자꾸,
레이시가 생각나는 걸까요?
... ... 터덜터덜 정말, 회관 바깥으로 나온 당신.
병원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오드:… (마음이 심란하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병동으로 향한다.)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오드:앗, 죄송합니다…
당신은 나서기 전, 분주한 의료진들에게 수습되는 시체를 바라보고 맙니다.
오드,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어쩐지 시체들이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꼭, 저주받은 것처럼요.
하지만 더 살필 틈도 없이, 오드는 보다 못한 간호사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병원 입구에 나오면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레이시입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오드:(익숙한 뒷모습에 반갑게 말을 걸려다 아까의 기억이 떠올라 멈칫한다. 오늘 하루종일 떠올랐던 불길한 생각들도…. 뻗었던 손이 애매하게 움츠러들었다.)
''역겨워''
... 전단지를 보거나, 레이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드:(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친 생각에 구역질이 난다. 왜 이러지? 내가… 도망치듯 시선을 돌려 전단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하고 전단지를 살피러 갑니다.
전단지를 자세히 보면 광고물이 아닌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너희는 믿음을 굳건하게 하여 그를 대적하라 이는 세상에 있는 너희 형제들도 동일한 고난을 당하는 줄을 앎이라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
오드,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무슨 소리인가 싶어 전단지를 자세히 들여봤지만, ... 더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드:....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레이시를 바라보았다.)
레이시를 관찰하고 있으면 문득 레이시와 눈이 마주치고 맙니다.
당신을 발견한 레이시의 표정이 오묘해지더니, 이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레이시 타사르:... ... 자매님,(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긴 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기색이었다.)
오드:아, 그… (어색하게 웃는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신부님….
레이시 타사르:아뇨, 그, ...(당신이 어색하게 웃는 것을 보자 황급히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여전히 잘 시선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그게, ...(미간 사이를 슬 좁히며.) 저의, ... 스승님과도 같으신 분께서, 이런 일에 무척 예민하신 분이시기도 했고, ...(이어 내뱉는 말은 살짝 웅얼거림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저도, 몹시 피곤하였던지라. ...) 실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한 번 물꼬를 트니 사과의 말이 줄줄 나오게 되었다. 잠시 입술을 다문 레이시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자매님께 빌려줄 책을, ... 몇 권 더 구했습니다.(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그러나 여전히 어색하고, 대체로 굳어 있는 표정이다. 진심으로 웃는 것 같지만은 않아보였다.)
오드:아, 스승님이셨구나. 저 정말 괜찮아요. 애초에 제가 무례했던걸요. (사과하지 말라면서 손사래치다가 마지막 말에 잠깐 굳는다. 당신의 어색한 웃음이라도…… 그래도 좋았다. 오늘 처음 보는 미소인 듯 싶어서. 제가 더 환하게 웃는다.) 감사해요. …신부님께서도 읽어 보신 책인가요?
레이시 타사르:그래도, 너무 그대, ... 자매님께,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게 아닐지 뒤늦게 생각이 들어서, ...(다시금 미간에 골이 깊게 패이다 말았다. 손을 들어 제 미간 부근을 어루만졌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 ... 읽으시는 책의 느낌과 비슷한 것들로 준비하긴 했는데, ...(눈을 굴렸다.)
오드:신부님이 절 위해 골라주신 책이라면 분명 재미있을거예요. (눈동자 굴리는 당신에게 빤히 시선을 맞추곤 꾸밈 없는 웃음을 터트린다. 기묘한 위화감을 그저 무시한 채로.) 정 그렇게 미안하시면, 계속 웃어 주시면 안 돼요? 아까처럼요. 요즘 신부님이 웃는 모습을 통 못 본 것 같아서… (말 끝에서 조금 머뭇거리며 당신의 옷자락을 꾹 붙잡았다가, 금방 놓는다.) 걱정이 되는걸요.
레이시 타사르:사실, 평소에 읽으시는 소설은 제 취향과는 맞지 않더군요.(그리 말하고는 조금 머쓱한 시선을 띄었다. 당신이 웃는 것에 표정이 더 애매해지기야 했으나, 웃고 있는 당신에겐 보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황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 ... 평소에, 제가 잘, ... ... 그러니까, 제 표정이, ... 무섭습니까?(당신이 옷자락을 잡는 것에 눈을 내려 바라보며, 머뭇거리며 말했다. 한 손으로는 입가를 매만졌다.) ... ... 죄송합니다. 동생이, ... 전염병에 휩쓸려 죽은 뒤로는, ... ...(조금, 얼굴이 일그러졌던가.) ... 표정이 많이 굳어졌나봅니다. ...
...
레이시가 묘한 침묵에 잠겼을 그 때.
병원의 의사가 황급히 그를 부릅니다.
레이시 타사르:죄송합니다, 일이 생겨서, ... 먼저 가 보겠습니다.
오드:아, 네… 얼른 가 보세요.
(아쉬움을 감추고 당신을 배웅했다.)
레이시는 대답도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오드는 아쉬움을 감추고 레이시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 ...
이상합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그의 웃는 얼굴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던 당신이었는데.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가슴 속 이질감이 더욱 커집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즐거운 시간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던 시간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나는 뭐라고 그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지?
아, ...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급히 어딘가로 향하는 신부를 보고 말하는 게 들립니다.
오드, <듣기> 판정.
오드:… (기분이 울렁거린다. 당신의 옷자락을 쥐었던 손가락을 꿈지럭댔다.)
기준치: | 63/31/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정말 착한 분이시지 , 매일 와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 ”
“ 요즘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 . 어쩐지 수척한 기색이던데 , 바쁜 일이 생긴 걸까 ?”
... 기분이 더더욱 울렁거려, 자리를 뜹니다.
집으로 돌아갈까요, 오드.
오드:(축 처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당신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쩐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혹시나 싶더니, ... 레이시입니다.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째 마주치네요.
당장 낮에 당신을 쫓아냈던 것도, 병원에서 사과했던 것도, 그리고 지금 집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것도. 전부 레이시입니다.
오드:...레이시? (떨구었던 고개를 들어올린다. 당신의 모습이 녹안에 한가득 담겼다.)
레이시 타사르:... 자매님, 그게, ...(생각해보면 우스운 꼴이긴 하다. 병원에서 그렇게 헤어지자마자 당장 다시 만나게 된 꼴이니.) ... 책을, 가져다드리려고, ... ...(변명 또한 누가 봐도 어색해 보이기 짝이 없는 말 뿐이었다. 그러나 이미 내뱉은 후에 깨달은 것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형편없는 말솜씨를 잠시 저주했다.) ... ... 죄송합니다. 그, ... 병원에서 뵈었었는데, 아픈 데는 따로 생기지는 않으셨습니까.
오드:아뇨, 오늘 내내 괜찮았는데… 갑자기 아플 일이 뭐가 있겠어요, 하하. (당신에게 느껴지는 껄끄러움이 여즉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껏 그런 적 없이, 불편했다.) 감사해요. 신부님. 여기까지 직접 찾아와주시고… 제가 직접 찾으러 갔어도 됐을 텐데요. (애매하게 대꾸하며 떨떠름한 미소를 띈다. 표정 관리가 힘들다. 이유 모를 경계심이 들었다. 자꾸 왜 이러지…. 감출 수 없게 혼란스러워진다.)
레이시 타사르:... ... 그렇긴, 합니다만은, ... ...(레이시도 당신의 언뜻 껄끄러운 태도를 느낀 듯 했다. 말을 살짝 더듬으며 더이상 무슨 말을 내뱉을지 몰라 입술을 다물었다. 정말, 형편없는 말솜씨다. 다시 한 번 자신을 힐난했다. ...)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눈을 굴리던 레이시는, 일견 의미심장한 눈빛을 띄곤 당신을 바라봅니다.
오드:… (눈빛에 문득 소름이 돋는다.)
레이시 타사르:... 신부는 사람들의 고해를 들어주지만, 자신의 고해를 들어줄 사람은 신밖에 없습니다. ...
어쩐지 그 말은 꽤 서글픈 느낌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에 관한 고해인 걸까요?
문득 레이시가 묻습니다.
레이시 타사르:만약 자매님께선, ... ... 자매님의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습니까. ...
오드:……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당연히 상처받겠죠.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면요….
레이시 타사르:(당신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본다. 긴 시간을 침묵했다. 각 잡힌 자세로 서 손은 뒤로 마주 잡고, 묵직한 보라색 눈이 당신을 본다. 응시한다.) 당연히, ... 그러겠지요.
레이시는 오드를 바라보다, 무언가 굳게 결심한 얼굴로,
레이시 타사르:... 밤 늦게, 죄송했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라집니다.
오드:아, 저기, 신부님… (뒤늦게 당신을 불러 보지만 멀어지는 뒷모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 아, 왜 그랬지. 자꾸… (입술만 꾹 깨문다.)
결국 당신은 한참 그 자리에 서 있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
집에 돌아와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레이시와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떠나가는 레이시의 모습과 악마, 저주, 주체, 그리고 레이시의 수상쩍은 행동들. 말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레이시가 어쩌면...
...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한들 당신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요.
병원에서 보았듯 레이시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는 두텁기 그지 없었습니다.
거기다 당신은 떠돌고 떠돌다,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사람이기까지 했으니.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리겠지요.
즉, 이 일의 결정권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레이시를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ㄴ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레이시가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레이시입니다.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오드:…헉, (외치는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킨다.)
열기가, 떠다닙니다.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오드:(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까이의 숄을 잡아당겨 코와 입을 가린다. 어떡하지?)
(생각, 생각을... 해보자.)
기준치: | 73/36/14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혼비백산한 당신은 웅크려 덜덜 떨 뿐입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
숄로 코와 입을 가려도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방 바깥은 이미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습니다. ...
고통에, 바닥을 깁니다.
오드:아, 으…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숨을 헐떡인다. 점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레, 이시… (서러움에 눈물이 솟는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는…)
그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당신이 겨우 불렀던 레이시가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레이시 타사르:... ...
괜찮,습니까, ... ...
오드:(기침이 터져나와 말을 제대로 잇기가 힘들었다. 당신의 품을 붙들고서 겨우 거친 숨을 토해낸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레이시 타사르:... ...(무슨 말이라도 내뱉을 법 했건만, 아무런 말 없는 그는 심지어 당신을 마주 껴안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분명 당신을 껴안아 주었을텐데.)
괜찮냐고 다정히 물어봐주었을텐데.
...
그는 그저 당신이 저를 붙잡는 그대로, 돌같이 굳어 있을 뿐입니다.
오드:왜, 왜… 그래요? (갈무리되지 못한 감정이 흐느낌과 함께 터져 나온다.) 레이시, 뭐라고… 날 구해주러 온 거라면… 뭐라고 말 좀…. (불길한 추측이 멈추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일 텐데. 가슴 속에서 반박하는 목소리가 없다.)
레이시 타사르:(흐느끼는 당신이 평소보다 날 것의 말들을 내뱉자, 그는 조심히, 그러나 단호하게 저를 붙잡은 당신의 손을 떼어내며 일어섰다.)
... ...
...
괜찮으신 듯 하니, 이만 가겠습니다, ... ...(내뱉는 말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렇게 말했듯, 그는 정말 등을 돌려 당신을 떠나간다.)
오드,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그만 발견하고 맙니다.
레이시가 떠나간 자리에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 있던 것을요.
...
오드, <지능> 판정.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불가항력과 같이,
무력하게,
불을 지른 자가 레이시라는 사실을 깨닫고 맙니다.
오드:…… (딱딱히 얼어붙는다. 그럴 리 없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무엇이 아닌데?)
…… (그가 날, 죽이려 했어.)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야.
레이시는 악마야.
당신을 죽이려 했습니다.
당신이 종이를 보아서?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 같아서?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오드:(하지만 그럴 거라면 나를 어째서… 구해 준 거야.) (수많은 상념이 오가는 와중에도 한 가지 물음만이 선명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칼을 그러쥔다. 지난 꿈에서 보았던 물건이다.)
… (그 사람은, 악마니까.)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품 안엔 식칼이 숨겨져 있습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떨리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익숙합니다.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레이시입니다.
뭘 하려는 셈일까요.
가만히 지켜볼까,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대가 나를 방해해.
서늘하고 절망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이어서, 당신의 목을 조르는 손길.
숨이 사라집니다.
오드, <근력> 판정으로 대항할 수 있습니다.
오드:
기준치: | 40/20/8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안간힘을 써서 제 목을 조르는 힘을 밀쳐냈다.)
당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상대를 밀쳐냅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분간할 수 없이 어리둥절한 와중,
불안정한 숨이 귀에 들려오나 싶을 무렵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목에 남아있는 감각만큼은 너무도 선명합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어.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오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덜미를 더듬는다. 숨 막히던 감각이 선명했다.)
고해소
마을 회관에서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성당으로,
가볼까요?
오드:....... (성당으로 향한다. 가슴 한 켠에 품은 칼날이 서늘하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레이시가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레이시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오드, <지능> 판정.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 가능.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를 죽이라는...
아,
레이시를 죽일 거라는 고해?
어쩐지 내뱉고 싶어집니다.
내 품에 서늘하게 벼려진 칼이 있다고 선언하고 싶어집니다.
그런 광기가 당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성당해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레이시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레이시 타사르: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습니까.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겁니다.'
라고, 뱉으세요.
어서요!
오드:…나는… (내뱉는 목소리가 전에 없이 차분했다.)
……
(흔들린다.)
당신은 왜 칼을 챙겼나요.
불에 타 죽을 뻔 하던,
목이 졸려 죽을 뻔 하던,
그 순간을 잊었나요?
오드:… (입술을 질끈 깨문다.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난, 나는 오늘…
그래요.
뱉으세요.
오드:… (눈을 꾹 감는다. 목소리가 덜덜 떨려왔다.) ……당, 신이 날… 정말…
…나를 죽이려고 했어요?
제기랄.
뭐 하는 거예요?
레이시 타사르:... ...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 ...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오드:(떠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대답해요, 레이시. …내 목소리가 들리잖아요! 날 죽이려고… 정말… 정말 그랬어요?
여전히 고해창 너머는 죽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저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자, 따라 외치세요.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거에요!"
외치세요. 오드.
오드:(어느새 뺨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흐느끼듯 내뱉었다.)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거예요.
당신은 그 말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곳을 뜨기 위해 흐느끼며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입니다.
오드, <듣기> 판정.
오드:
기준치: | 63/31/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레이시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레이시 타사르: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오드, <외국어> 판정.
오드:
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아, 사랑스럽던 그의 목소리가 어찌 그리 역겹게만 들리던가요!
오드는 흐느끼며 정신 없이 고해실을 벗어납니다.
도망칩니다.
듣기, 싫습니다. ...
예배당
정신 없이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오드,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오드는 순간 눈 앞이 아찔합니다.
눈이, 너무나도, 아픕니다. ...
몇 초 뒤에 고통이 사그라들자, 오드는 시야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것과 함께,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오드, <지능> 판정.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오드는 벼락같이 깨닫습니다.
레이시의 일기장이구나!
오드:(비척비척 다가갔다. 펼친다.)
일기장은 레이시가 이곳에 처음 온 날부터 기록되어 있습니다.
읽으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 공개.
오드는, 일기장 마지막 장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오드:... (떨리는 손으로 주워든다.)
XX. XX
그래.
이젠 정말 해내야 한다. 이곳은 막다른 길이다.
마을 사람들의 공포가 증폭되었다.
그녀를 내가 끝내지 않으면 이곳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나의 마을처럼, ...
그녀가 마지막 저주를 받은 자니까, 그녀만 없으면,
그녀가 없으면,
그녀가 없다면...
...
나는.
SANC (1D2/1D4+1)
오드:
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1d2
()
1
1
이성치 1 감소.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오드, ... <지능> 판정.
오드:
기준치: | 73/36/14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흐느낌조차 나지 않는다. 얼어붙은 채… 멍하니 굳어 있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멍하니 생각이 차오릅니다.
내가 악마구나.
오드, 바로 당신이 악마였습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레이시가 충격으로 점철된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일기장을.
오드, <관찰> 판정.
오드: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의 손에 칼이 쥐여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떤가요?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레이시가 사실은, 당신을 정말, 정말, ..
...
사랑했다는 걸 알게 된 기분은.
오드:……
어떤가요.
여태껏 의심해온 그의 진심을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모든 사실을 당신이 알았다는 걸 깨달은 레이시는, 전부 내려놓은 얼굴로 웃습니다.
당신에게 고해합니다.
레이시 타사르:나는, ...
오늘 그대를, ...
죽일 것이다. ... ...
오드:신부님. (흐린 얼굴 위에 웃음이 번진다. 움트는 꽃망울처럼 눈물이 툭 떨구어졌다.) ……레이시….
레이시 타사르:그대, 뱀의 자식. ...(당신에게로 한 걸음 다가간다. 기이하게도 그 웃음엔 어설프게나마 당신의 웃음이 번져 있었다. 그것이 설령 아주 흐릿했을지라도. ...) 나의 마을을 멸망시키고, 나의 동생을 죽음의 품에 안기고 기어이 세계를 좀먹을 저주의, ... 마지막 생명, 그대여.(레이시가 웃었다. 여태껏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로.)
그래. ... ...
내가 그대를 죽이려 했다.(여태껏 본 적 없는 절망어린 표정으로.)
오드:……(호흡이 거칠어진다. 겨우, 겨우 진정하고서는 당신의 얼굴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미안해요. 나는, 난… 몰랐어요.
(진작에 죽어야 했다. 자신은 이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켜 살아남아야 할 정도로 귀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떠돌이 집시. 하찮은 들꽃같은 삶. 당신 곁에 하루라도 피었으니 족했다.)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게요. (죽음을 각오한 얼굴로 겨우 웃는다.)
레이시 타사르:(황무지같은 삶을 살아오며 그 어느 옛날부터 눈물이 말랐었던가. 비통은 침묵으로 절규는 암묵으로 감싸 스스로를 철같이 세웠던가. 그 모든 다짐과 그 모든 맹세의 순간들이, 죽기 전에 뱀의 자식들을 믿지 않는 당신 곁으로 보내드리겠다 수 천 번 약속했던 고통의 기억들이.)
나는, ... ...(당신으로 인해 무너지려 한다. 그는 어쩌면 좋았나. 그는 어찌해야 좋았나. 기껏 돌고 돌아 폐허같은 삶에 한 떨기 장미꽃을 들였더니, 어찌 제 손으로 꽃을 귀히 여기라 말씀하시긴 커녕 꽃을 잘라 불태우라 이야기하는가. 레이시는 피폐한 마음으로 고개를 쳐올렸다.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쏟아지는 형연한 빛무리들을 바라본다. ... 빌어먹게도 아름답다. ... ...)
... ... 그대를 참 마음 속으로, 아꼈다. ... ...(차올린 고개를 내려 겨우 웃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을 보며 레이시도 겨우 웃었다. 허나 참지 못하고 가느다란 눈물 하나가 왼쪽 눈을 타고 흐른다. 지나가는 자리마다 불에 덴 듯 쓰라렸다.)
그대는 나를, ... ...(검을 쥔 채 당신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어찌 생각했는가.(세 걸음. 기어이 당신의 앞으로.)
오드:울지 말아요. (떨리는 손 끝으로 당신의 뺨을 감싸쥔다. 손 끝에 닿는 온기가 거짓말 같다. 당신의 눈물도. 다가올 죽음도. 혹여 제가 내뱉는 고백이 앞으로 당신의 생에 족쇄가 될까 머뭇거린다. 자신은 떠나갈 이. 어떠한 미련도 남기지 말아야 할 텐데.)
(하지만 단 한 사람만큼은…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
(그게 당신이 된다면,)
(나는 죽음에서도 기쁠 거야.)
(고해를 참을 수 없었다. 눈동자에 한가득 물기가 차올랐다. 토해내듯 속삭인다.) 사랑해요. (울음이 섞인 고백이 성당 빛무리 아래에 흩어진다. 그저 초라하다. 어느 아름다운 수식어도 없이, 그저, 오로지 사랑이었다.) 내가 죽으면… 그러면… 잠깐만 나를… 그렇게 기억해 줄래요. 당신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무서운 악마였다는 건 다 잊어 버리고, 그냥 그렇게만…
(숨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서서 당신의 양 손을 붙들었다. 날 서린 칼날이 제 스스로를 향했다.) 한 철, 붉게 살다 간 사람이라고.
당신이 이야기합니다.
사랑해요.
초라하기 그지 없는 고백에,
레이시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습니다. ...
칼을 쥔 레이시가 다가옵니다.
처참하고도 찬란한 표정으로 애써 웃습니다.
어린 양을 바침으로 세계는 구원받을까요.
당최 구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요한 성당.
아마도 레이시는 이 마을을 구했으나 사람을 죽인 죄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겠지요. 오드는 그리 생각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역병과 재난이 사라진다는데. ...
레이시가 무어라 속살거립니다.
그리 움직이는 입술이 마지막으로 망막에 담기고, 그가 들어올린 칼날이 빛이 났던가요.
한 순간이 반짝임과 함께 심장이 찔리고, 당신이 허물어지는 쪽은 제단의 바로 밑입니다.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이게 죽음이구나.
아, 죽기 싫어요.
죽고 싶지가 않아요.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진 가장 밑바닥의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마녀'였기 때문에, 애써 이를 악물며 고통에 순응합니다.
한 가지 속삭임이 연거푸 들려옵니다.
레이시 타사르:가끔 차라리 이 세상이 멸망하면 어떨까 싶었다, ... ...
레이시의 속삭임입니다.
레이시 타사르:그런식으로 그대와 함께, 멸망해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어서. ... ...
"난 이 세상의 마지막을 그대와 함께. ..."
"맞이하고 싶었다. ... ..."
무슨 생각을 했을지요. 당신의 고해를 듣고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마녀의 고해를 듣고 그는...
한 철 붉게 살다 간 사람의, 한 사람만의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어둠을 기리는 빛이 너무나도 찬란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당신의 눈이 감깁니다. ... ...
END 3. 마녀의 고해
레이시 타사르:(그리고 레이시는 한참, 당신의 감긴 눈을 바라본다. ...)
(당신의 피가 묻은 제 검을 버리고, 당신이 품에 숨겼던 식칼을 꺼낸다. 날카롭고 싸늘하게 벼려진.)
(칼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역수로 쥔 그는 당신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오색찬란한 빛이 성당 안에 가득했다. ...)
나도, ...
... ...
그대를 사랑했어.
레이시는 허탈하게 웃습니다.
고백합니다.
고해합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쓰러진 당신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걸까요.
그 웃음이 마지막 인사라도 됐을까요.
칼날이 치켜 올라가더니 푹, 누군가의 심장을 꿰뚫는 소리가 들립니다.
피가 번집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한 황홀한 빛이 당신과 그를 비춥니다.
아, 마치 성모가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 안아든 채 기도하는 것만 같습니다.
피에타,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
......
그 기도를 올릴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은 것은 칼,
제단,
시체가 된 구원자,
그리고,
시체가 된 마녀.
END 2. 참회
레이시, 로스트
오드, 로스트
세상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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