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죽음보다 사랑이 강할 수 있을까.
나는 보복하고 싶었어.
내가 죽은 그 나무 아래서,
죽음보다 강한 사랑 아래에서.
▼ Cast
2020. 03. 19
KPC │벨라 페터스
PC │에덴
가막살나무 아래의 마녀
2020.03.19
W. 널
KPC. 벨라 페터스
PC. 에덴
1. Welcome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아침입니다.
주인어른이 소파에 기대어 파이프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어린 풋맨이 가져다준 지역 신문을 읽고 있습니다.
뿌연 연기 사이에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글자를 읽어내려갑니다. 딱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군요.
에덴, <지능> 판정.
에덴:
기준치: | 66/33/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주인어른의 기색을 살피고 있노라면, 여전히 찡그린 미간으로 파이프의 주둥이를 물었다 떼어내며 훅 연기를 뱉고는 말했습니다.
모건 페터스: 며칠 전에 마을에서 없어졌던 푸줏간 청년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군.
거기다 마을 성당의 신부도 실종되었다는데. 왜, 그 콜린 신부 말이지.
영지 반경의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달가울 리 없지요. 게다가 손님이 올 날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저택의 안주인 되는 여인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인 신문을 보고서 예의상의 안타까운 얼굴을 건조하게 해보이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어 당신을 부릅니다.
페터스 부인: 벨라는 어디 있니? 좀 괜찮아졌다니. 원, 객을 들일 날에도 침대에만 있으니 실례되지는 않으련지.
객이라 함은 귀족 중의 귀족인 로렌 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웬일인지 이 가문과 호의적인 교류를 시작했죠.
왜냐하면 아가씨가 약 두 달 전부터 이 초대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탓에 두 가문이 혼인 관계를 맺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아랫사람들 사이에 일기도 했었습니다. 하긴, 듣기로 로렌 가의 영식이자 하나뿐인 후계라는 니콜라스라는 도련님이 딱 아가씨의 또래긴 했죠.
아가씨가 초상화와 이름을 보자마자
호감
을 표시한 의외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그 변덕스러운 아가씨께서 어느 날 갑작스럽게 말씀하신 겁니다. '이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라고.
어쨌든 이 초대를 그토록 고대했던 벨라 아가씨는 그러나, 그와 별개로 요즈음 내내 침대에만 있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방에 틀어박혀 식사도 사용인들을 시켜 올려보내달라는 청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게 갖다준 식사마저 남긴 채 방문 밖에 내려두는 것이 일쑤입니다.
네가 좀 보고 오렴. 당신은 주인마님의 말에 고개를 조아리고 아가씨의 방으로 올라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가씨의 방 문은 오늘도 굳게 닫혀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에덴? 당신은 이대로 돌아가나요? 무언가 시도를 해 볼수도 있습니다.
에덴:(조심히 노크해봅니다.)
문 너머는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에덴:
기준치: | 43/21/8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미안)
당신은 숙련된 솜씨로 아가씨 방의 문고리를 땄습니다.
그러나... 열린 문을 밀어보아도 꿈쩍 않습니다. 아무래도 무언가 무거운 물건으로 막아놓은 것 같군요.
소리도 없는 너머를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당신은 우선 돌아섭니다. 주인마님께는 대강 지금도 몸이 좋지 않아 나오고 싶지 않아한다고 둘러대는 것이 좋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최근 그녀가 보이는 이상이 단순히 병증으로 인함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에덴, <지능> 판정.
에덴:
기준치: | 66/33/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기억.
한 달 전 어느 밤의 일입니다.
그날따라 당신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여 한참을 뒤척이다 이른 새벽 산책을 위해 사용인이 기거하는 별채를 벗어나 저택의 창살 같은 울타리를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시린 초승달이 뜬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익숙한 길을 따라 저택의 정원 끝으로 걸음을 옮겼을 때에,
에덴, <듣기> 판정.
에덴:
기준치: | 85/42/17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얕게 기척이 들림과 동시에 당신은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의 눈동자와 마주칩니다.
돌아보는 순간에 당신이 마주한 것은, 대저택의 고고한 귀족 영애가 아닌 평민들이나 입을 수수한 옷차림과 거적 같은 망토를 뒤집어 쓰고 맨발로 땅을 밟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의 아가씨였습니다.
흰 치맛자락에 검고 붉은 얼룩이 튀어 추접합니다.
얼룩의 정체를 알아보기 전에 그녀는 당신을 보고 웃었습니다, 환희라는 말 그대로 웃었습니다.
벨라 페터스:쉿, 비밀이야.
아가씨는 창백한 손가락을 붉은 입술에 대고 나직한 목소리로 짧게 말했습니다.
그 밤을 기억하나요? 그저 웃을 뿐인 아가씨에게 당신은 무어라고 대꾸했나요?
에덴:어딜 다녀오는 길이세요?
벨라 페터스:글쎄. (의뭉스레 웃는다.) 궁금하니?
에덴:(잠시 고민했다.) 조금이요.
벨라 페터스:네가 알 것 없단다. (더러워진 치마를 툭, 툭 털어냈다. 손 끝을 문질러 닦으려다 그만둔다. 아무렴 붉은 자국 고스란히 남아있는 천 쪼가리 보다야 제 손이 더 깨끗했으니. 당신 바라보며 샐쭉 웃었다.) 주제 넘은 호기심은 독이란 걸 모르는 모양이구나.
에덴:(치마자락 멍하니 보기만 하다가 시선을 아래로 푹 내려버렸다.) 무례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벨라 페터스:너도 잘 자, 에덴. (숙여진 뒤통수를 내려다보다 빙글 뒤돌았다.) 그러니 날 만난 건 잊어버리렴!
…그런 식으로 먼저 자리를 유유히 떠나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바라본 일 있었습니다.
상념은 소리에 끊깁니다. "일찍도 도착하시는군." 계단을 도로 내려가면 영 못마땅한 얼굴로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는 주인어른과 작게 대화하는 주인마님이 보입니다.
마님은 단정히 장갑 낀 손을 들어 화려한 모자를 쓰며 챙 아래로 말합니다, "그런 태도 하지 말아요. 벨라가 그렇게 불러달라 한 데다 이제 곧 사돈댁 될 분들인데… 잘 보여둬야죠." 남편을 달래는 안주인의 어조가 퍽 곤란합니다.
사용인들이 저택 현관으로 우르르 나갑니다. 당신 역시 분주한 이들의 뒤를 따라 손님을 맞이하려 걸음을 옮깁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이쯤 되면 숲길을 지나쳐 오는 마차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에덴, <듣기> 판정.
에덴:
기준치: | 85/42/17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사, 살려주세요." 죽다 살아난 것 같은 목소리가 문 바깥에서 들려옵니다. 숲속을 헤매던 거렁뱅이라도 오는 걸까요.
이윽고 저벅, 저벅이는 발소리가 다가옵니다.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귀족가의 행태는 아니라는 걸요.
사용인들의 기색에 보다 못해 나온 주인어른이 발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윽고 창살로 된 정문 앞에 도달한 이를 보고서 경악합니다. 저 얼굴은……
모건 페터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엉망이 된 옷을 입고서 다리를 질질 끄는 니콜라스 로렌, 벨라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다던 그 로렌 가의 하나뿐인 영식입니다. 주인 내외가 헐레벌떡 그를 맞이합니다.
당신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먼 발치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뭐라도 들어 봐야지요. 어서.
에덴, <듣기> 판정.
에덴:
기준치: | 85/42/17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하인들이 정문을 열고, 충격에 잠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니콜라스는 주인어른과 대화를 나눕니다. 대강의 내용을 듣자하니 오는 길에 마차가 습격을 받았다나요. 사용인들이 그를 얼른 저택 안으로 이끕니다.
니콜라스 로렌: 절벽에서 마차가 떨어졌어요. 마차 바퀴는 돌부리에 부서졌고… 저는 가까스로 마지막에 마차에서 뛰어내렸지만, 부친께서는……
그는 말을 더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를 떨굽니다.
벨라 페터스:에덴,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을 비롯한 저택의 사람들 모두가 도로 실내로 들어갑니다.
\한참 로렌의 도련님과 주인어른이 이야기를 하고, 메이드 하나가 주인마님의 지시대로 차를 내어오고, 심각한 분위기 속에 현관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습니다.
벨라 페터스:어머.
아연한 얼굴의 벨라 아가씨입니다.
에덴, 다시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상하게 실내에서 입는 드레스에, 외출하기엔 썩 가벼운 케이프. ……그리고 옅은
탄내
가 납니다.벨라의 시선이 집안 풍경을 한 차례 훑었다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 입술을 뗍니다.
벨라 페터스:로렌 영식을 뵈어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순진한 척 고개를 갸웃한다.)
주인마님이 얼른 딸에게 다가가 어딜 다녀왔느냐고 묻습니다. 아가씨는 귓가로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태연스레 대꾸합니다. 살짝 떨군 시선이 꽤나 새초롬하죠.
벨라 페터스:정원에 있었어요. 영식을 뵙기 전 너무 들뜰까봐…. 뒷문으로 정말 잠시 다녀온 것뿐이에요.
…… (아주 잠깐의 틈.)
에덴이 말해주지 않았나요? 분명 말을 전하라 했는데요. (휙 고개를 돌려 당신 쪽을 바라본다. 눈동자가 묘하게 웃었다.)
아가씨는 황당하게도, 처음 듣는 말을 합니다. 시선을 피할 수도 없게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면서요.
에덴, <심리학> 판정.
에덴:
기준치: | 68/34/1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녀의 기색을 보아 알 수 있습니다. 벨라는 당신이 들렀던 본인의 방 안에 분명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 차림으로 나가기에는 아직 추운 계절인데, 아까 정문 안쪽의 바깥에도 없었죠. 어쨌든 아가씨는 당신의 거짓 증언으로 상황을 무마하고자 하는 모양입니다.
잠시, 모두가 당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정적입니다.
에덴:그게... (곤란한 표정으로 눈만 또르르 굴리다가 곧 입을 열었다.) 네. 그랬습니다. 막 말씀드리려는 차에 도련님이 오셔서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덤덤하게 말했다.)
아가씨가 당신을 보고서 조용히 웃습니다. 다른 이들도 별달리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별 할 말이 없는 듯 주인 내외는 "그러니?" 딸의 말에 쉬이 넘어가고, 하인들이야 고개를 숙이며 아가씨의 말에 침묵으로 긍정합니다.
아니, 저건 긍정이 아닌가요? 니콜라스의 눈이 벨라에게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영애."
니콜라스에게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덴:
기준치: | 68/34/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니콜라스는 어쩐지 벨라를 미심쩍어하는 눈치입니다.
페터스 부인: 아무리 저택 안이라도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면 어떡하니. 병환이 들었다 엄살을 떤 게 누군데.
주인마님이 못마땅한 얼굴로 벨라의 옷매무새를 정돈해주고는, 속삭이듯 짧게 니콜라스가 처한 상황을 귀띔해줍니다.
벨라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경황이 없는 상태지만 둘은 인사합니다.
벨라는 웃고 있습니다. 그날처럼요. 아주 어두운 밤 혼자 새하얗게 당신을 돌아본 것만큼 환하게.
벨라 페터스:반가워요, 니콜라스. ……오시며 생긴 일은 그저 유감이에요.
에덴, 다시 <심리학> 판정.
에덴:
기준치: | 68/34/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감이요? 저렇게
환한
얼굴로요?그녀가 이어 말합니다.
벨라 페터스:아버지, 영식께서 몸을 추스리시는 걸 우선해야겠어요. 돌아가는 길도 돌아가는 길이지만, 우선 초대한 예를 다하고 싶어요. 애초에 제가 고집을 부렸던 걸요.
주인어른은 어느덧 식은 찻잔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용인들을 부르는군요. 몇몇의 메이드와 풋맨이 손짓하는 대로 주인어른의 앞으로 다가섭니다.
모건 페터스: 로렌 영식께 저택 안을 안내하고 방을 내어드려라. 본래라면 만찬을 가질 참이었지만….
듣자하니 니콜라스는 아가씨의 방이 있는 2층의 복도 끝 빈 방에 잠시 머물러 몸을 추스를 모양입니다.
모건 페터스: 이건 명백한 살해입니다. 경찰뿐만 아니라 따로 인력을 동원하여 사고를 일으킨 범인을 찾아낼 테니 염려마십시오. 당분간은 저희 저택에서 안전하게 영식을 모시겠습니다.
주인어른의 말이 끝나고 상황이 그나마 정리됩니다. 집사장이 주인어른의 지시를 받고 경찰에게 전보를 칩니다. 소란하고 불안한 오전이었습니다.
2. Dubiety
아침부터 흐리더니 결국 하늘은 낮임에도 시커멓게 변하고 맙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모습입니다.
어둑한 그늘 아래 저택 안도 음울합니다. 본래 가질 예정이었던 오후의 다과회는 취소되고, 전보를 받은 의사가 찾아와 니콜라스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가만히 있자니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벨라 페터스:에덴.
아, 아가씨입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당신에게 손짓합니다. 외출복 차림이군요.
벨라 페터스:브로치를 떨어뜨린 것 같아. 아마 아까 정원을 산책할 때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은데. (안타깝다는 듯 눈썹을 떨구었다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듯 빤히 바라본다.) 같이 찾아줄 수 있겠어? 정원은 네가 잘 알잖니.
에덴:네 아가씨. (천천히 고개 끄덕이고 정원으로 향했다.)
그녀를 따라 정원으로 나갑니다. 하늘은 여전히 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둑하고… 이 풍경에서 땅에 브로치를 떨어뜨렸다 할지언정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벨라는 상관없다는 듯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당신을 돌아봅니다.
벨라 페터스:혹시나 여기 있을지도 모르니 넌 이 근방에서 찾아줘. 나는 내가 정원 안에서 다녔던 곳을 돌아볼게.
이 근방이라면, 분명 두 사람이 서 있는 정원 입구를 말하는 거겠죠.
별 수 있나요? 까라면 까야 하는 사용인 신세인걸요. 아무리 어두워도 반짝이는 보석으로 만든 것이니 눈에 띄긴 할 테니, 무작정이라도 찾아봅시다.
벨라 페터스:(싱글 웃고는 몸을 돌려 정원 안 쪽으로 총총 뛰어간다. 금방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에덴:(멀어지는 뒷모습 바라보다가 나무 사이사이 자세히 훑어본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나무는 평범하게 바람에 흔들릴 뿐입니다. 반짝이는 무언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에덴:(은밀한 구석을 살펴본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미안...)
은밀한 움직임에도 브로치는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정말 아무 데도 없군요. 역시 아가씨가 들어간 정원으로 함께 들어가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설마 저기에 있을까요? 하지만 정원 안 쪽은 아가씨가 찾아보고 있으니 당신은 마굿간을 조사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에덴:(마굿간 바닥을 살펴보나?)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짚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나고, 말들이 이따금 푸르르 소리를 내는 마굿간입니다. 바닥이 몹시 지저분해 보이네요...
말들에게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귀족가의 마차를 끌 말들이니 당연히 갈무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윤기가 자르르 도는 검은 말 하나가 눈에 띕니다.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검은 말에 고삐가 채워져 있군요. 최근 주인 어른이 따로 사냥을 하거나 말을 타고 나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말이 꽤 흥분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에덴, <동물 돌보기> 판정.
에덴:
기준치: | 10/5/2 |
굴림: | 33 |
판정결과: | 실패 |
가까이 다가가자 검은 말은 울타리를 콱 발로 찹니다. 심기가 안 좋은 듯 매서운 기세네요.
말이 저런 상태니 도로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에덴:(서운)
결국 당신은 다시 정원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방금 뭐였죠?
기척에 고개를 들어보니 당신을 뒤로 하고 정원 반대쪽으로 사라지는 아가씨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딜 가는 걸까요?
그녀도 정원에서 브로치를 찾지 못한 걸까요. 어쩐지 급해보이는 아가씨는 저택의 뒷편으로 향했습니다.
에덴:(따라가봅니다.)
그녀의 뒤를 쫒습니다. 저택 뒤편으로 돌아가니 문이 열린 창고가 보입니다.
에덴,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 가능.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삽과 사다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깥쪽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아가씨일까요?
에덴:(그쪽으로 나가봅니다.)
창고 밖으로 빠져나온 당신은 원래라면 창고 구석에 박혀있어야 할 삽과 사다리를 발견합니다. 수레도 있군요.
쉬이 창고에 있을 것들이니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만, 정확히 당신이 발견한 것은, 벨라가 소매를 걷어붙인 채 수레와 삽을 숨기고 2층 창문에 걸쳐진 긴 사다리를 치우는 모습입니다.
저 창문은… 아가씨의 방이 아닌가요?
에덴, 벨라에게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서럽다........)
에덴, 강행 가능.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걷어붙여진 소매에는 프릴이 달려있고…… 그러나 당신의 시선을 끈 것은 아가씨의 외출복 소매가 아닙니다. 사다리를 치우는 그녀의 맨팔에 상처가 나 있습니다.
마치
손톱
으로 긁힌 듯한 상처요.사다리를 치운 그녀는 얼른 손을 털고 접어올렸던 소매를 내립니다. 옷매무새를 급히 정돈합니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당신은 그녀를 바라보고 섰던 스스로의 자리의 발치에 무언가 밟히는 것을 느낍니다. 흙이 아니라……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엇을 태우고 남은 흔적입니다. 어두운 색깔의 직물 같은…….
벨라 페터스:에덴?
눈이 마주칩니다. 아가씨가 입을 잠깐 벌렸다가, 그저 다뭅니다. 그리고 웃습니다. 마치 그날, 그 의뭉스러웠던 밤처럼요.
벨라 페터스:비밀이 자꾸 늘어가는구나. (웃는 낯이 태연스럽다.)
에덴:브로치는 못 찾았어요. (애써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얌전히 말했다.) 멀쩡한 문은 막아두시고 창문으로 나가신건가요?
벨라 페터스: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에덴. (뻔뻔한 태도를 하고는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창문을 쓰겠니? 멀쩡한 문을 놔두고. (방금 사다리를 옮긴 적도, 지난 밤 정원에서 당신을 만났던 적도 없었던 것처럼 군다.)
에덴:... (지난 밤 잠을 설친 일과 오전의 혼란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한번 더 캐물었다.) 그럼 팔에 그 상처는요? 약이라도 발라야 할 것 같은걸요.
벨라 페터스:고양이가 할퀴었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하다가 슬 웃었다.) 아니, 여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강아지였을지도 모르지. 네가 약을 가져다 줄 거니? 부모님께는 알리지 말렴. 이건 우리 사이의 비밀이니까.
뚝, 당신의 손등으로 무언가 떨어집니다. 빗방울입니다. 끝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가씨는 그어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웃습니다. 머리카락이 금세 젖어 뺨에 달라붙고 값비싼 옷이 젖어들어도 그저 환하게.
벨라 페터스:브로치는 됐어. 이제 그만 들어가자, 에덴.
에덴:(내가 뭘 알아야 우리 비밀이지... 속으로 생각하며 따라들어갔다.)
저택에 들어가면 어린 견습 하인이 당신에게 전합니다. 의사가 다녀갔다온 이후에 니콜라스 로렌 영식이 당신을 찾았다고요. 그 사이 벨라는 일언반구 없이 방으로 도로 올라가버립니다.
니콜라스에게 가볼까요?
에덴:(가봅니다.)
당신은 니콜라스의 방으로 향했습니다. 노크하면 들어와도 좋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의사가 오기 전까지 그는 흙투성이 옷에 지친 기색, 손에도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외관이 수려하긴 합니다. 다른 사용인들 말로는, 그토록 앓던, 혹은 앓는 시늉을 내며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던 아가씨가 초상화를 보고서 돌연 호감을 표할 만큼이요.
얕은 상처가 난 손을 소독하고 이곳에서 주는 옷으로 우선 갈아입은 그는 아까보다 모양새가 퍽 말끔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도 고개를 젓습니다.
사람을 불러놓고 왜 불렀는지 말도 안 하다니요? 에덴, <심리학 판정>.
에덴:
기준치: | 68/34/13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는 무언가 깊게 생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의심의 일환과 같습니다. 누구에 대한? 누구를 향한?
"이봐." 생각에 골몰한 그를 두고 그만 나가볼까 싶었을 때에, 니콜라스가 당신을 불러세웠습니다.
니콜라스 로렌:이 댁의 영애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에덴:예 도련님. 아는 건 많지 않지만요.
니콜라스 로렌:네가 모시는 아가씨는… 어떤 사람이지? (질문을 던져 놓고는 잠시 침음한다. 곧 말을 덧붙였다.) 이곳에 오게 된 경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페터스 영애가 나를 초대했다는 사실이 생각나더군. 그녀를 잘 아는가?
에덴:남들 아는 정도밖에 모릅니다. (잠깐 생각하더니)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귀하신 분이라는 것 정도요. 아마도 좋은 분이세요.
니콜라스 로렌:그런가. (당신의 대답에 한참을 침묵한다.) 내가 페터스 영애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네. 그 쪽에서 먼저 호의를 표해 오기도 했고, 사교계 일각에서 그녀가 나를 흠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도는 것도 싫지 않았어. 가문 간의 결속을 위해 결혼 얘기도 오가던 중이었으나, 나는 그에 별반 이의가 없었지. 어쨌든 그녀는 다른 집안의 별볼일 없는 여성들과는 타고난 품위가 다른 사람이니까.
그래… 이번 사건만 아니라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녀가 말을 탈 줄 아는지 알고 있나?……아니,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하게. 내가 예민해진 탓이겠지… (목소리가 차츰 낮게 잠긴다. 자신의 마차를 습격한 건 관리가 잘 된 듯한 검은 말과 그 위에 탄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었고, 숲속임에도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관리를 잘 받은 말이야 어디에든 있고 구태여 이 근방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이는 근처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게다가 귀족 가라 해도 한낱 여성이 어떻게 에스코트 없이 말을 타겠나.)
넌, 그녀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진실로 안타까워한다고 생각하는가?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에덴:그야 물론, ...솔직히는 모르겠어요. 제가 아가씨를 잘 모르는 탓이겠지만요. (애매하게 대답 남기고 고개 꾸벅 숙였다.)
니콜라스 로렌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만 나가보라 합니다.
에덴, <심리학> 판정.
에덴:
기준치: | 68/34/1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을 닫습니다, 문틈 새로 스친 그의 마지막 안광, 가지고 있는 의혹을 채 불식시키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툭,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고개를 들면 복도 끝의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는 풍경이 언뜻 눈에 비칩니다. 저택 안은 한층 더 어둑하여, 곳곳에 불을 켜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덧 여섯 시입니다. 저택 안에 울리는 괘종시계 소리가 음울합니다.
에덴, <행운> 판정.
에덴:
기준치: | 66/33/13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1층으로 내려오면, 다른 사용인들이 다시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만찬은 예정대로 차리겠다 주인어른께서 말씀하셨으니 할 일이 없어진 게 아니군요.
그 가운데 넓은 식당 안 테이블에 장식하기 위해 꽃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어린 메이드들이 있습니다. 묵묵히 일하는 다른 사용인들과 달리 아무래도 어린지라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며 불안불안하게 꽃병을 나릅니다.
에덴, <듣기> 판정.
에덴:
기준치: | 85/42/17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메이드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가씨에 관한 것입니다.
"오늘은 아가씨께서 멀쩡히 돌아다니시는 거, 아무래도 로렌 영식께서 와서 그런 것 같지?" 당신의 귓가에 닿은 첫 마디는 그것입니다. 그래요, 한창 이런 류의 풍문에 설렐 나이입니다.
"그래! 요즘엔 악몽을 꾸시는 일도 잦아들었잖아. 여전히 방에는 아무도 들이려하지 않으시지만."
"맞아, 베티 언니한테 들었어. 그 악몽 때문에 몇 달 전에는 밤중에 우리 있는 별관까지 찾아오셨다며."
"그것도 그거지만 당장 며칠 전 밤만 해도 몽유병처럼 돌아다니시던 거 봤어? 나, 잠이 안 와서 별관 밖으로 나갔다가 유령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베티 언니가 뭐랬더라? 아가씨께서 찾고 계시는 게 있다고 그랬는데……"
이후로 소곤소곤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악몽을 꾸고 울며 제 시중을 곧잘 들어주는 시녀에게 그녀가 찾아간 것, 이후부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 어쩌면 운명의 상대―로렌 영식께서 키스해주면 낫는 그런 이야기일지도 몰라! 하는 아주 황당무계하고 뜬금없이 동화 같은 소리까지.
점점 목소리가 멀어집니다. 이런, 아직 뒷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에덴:(안돼... 일을 돕는 척 하며 근처로 가봅니다...)
당신이 메이드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불안불안하게 들고 있던 꽃병을 한 명이 놀라 떨어뜨려버립니다.
날카롭게 깨지는 소리. 메이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이 됩니다. "어, 어떡해… 어떡하지…." 저대론 하녀장에게 혼쭐이 나고 말겠죠.
에덴:(다가가 큰 조각들을 주웠다.) 미안. 내가 깼다고 말할게.
얼굴이 붉게 변한 메이드 하나가 황급히 몸을 숙이고 당신과 함께 유리조각을 줍습니다. 실수가 부끄러운 모양이지요.
대충 사고가 수습되자, "가, 감사합니다…." 하는 말과 함께 메이드가 조심히 당신에게 목례합니다.
메이드들은 당신에게 인사를 마치고는 우르르 몰려 식당으로 향합니다. 어쨌든 아가씨와 주인 내외께서 고대해온 이를 대접하기 위한 만찬이니 당신도 도울 일을 도와야죠.
바깥의 빗소리가 세차게 들립니다. 여느 때보다 더욱 어두운 저녁입니다.
3. Weird
만찬은 그럭저럭 끝났습니다.
정확히는 침묵 속에 아가씨와 니콜라스만이 간간히 대화를 이어가는 꼴로나마 진행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친을 잃은 니콜라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식사 자리에서 아가씨는 그럼에도 선선히, 음식은 입에 맞는지, 저택은 둘러보았는지, 날씨가 괜찮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벼운 말 따위를 건네며 다정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니콜라스는 처음에는 떨떠름히 대답하더니, 점차 누그러지는 음성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식사 도중 그녀는 잠시 당신을 부릅니다. 예를 어기지 않고 당신의 귓가에 입을 가리고 속삭이며,
벨라 페터스:로렌 영식의 방으로 갈 거야. 간단히 다과를 준비해달라고 언질해주겠어?
…그리고 식사를 마칠 때에 당신은 아가씨와 니콜라스가 함께 자리를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
*
*
어느덧 밤이 내려앉고, 그들에게 다과를 전해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이 끝나고 당신은 별관으로 돌아갑니다.
한참 내리던 비는 조금 잦아들었지만 내리는 것이 완전히 그치지는 않아, 가랑비에 젖은 땅 곳곳에 얕은 웅덩이가 고였습니다.
에덴,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1/30/12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별관으로 가는 길에는 창고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저택의 가장 구석에 있어 그저 보이는 정도에 그칩니다.
빗소리 사이로 무언가 반짝이는 듯도 싶은데, 착각일까요? 아니면, 아가씨가 떨어뜨렸다던 브로치일까요?
에덴:(자세히 보러 갑니다.)
다가가보면 아주 작은… 구슬 같은 것들이 서너 개 떨어져 있습니다.
에덴, <지능> 판정.
에덴:
기준치: | 66/33/13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얗고 작은 구슬들은 구멍이 나 있습니다. 꿰어 쓰는 용도의 것… 별 어렵지 않게 몇 가지를 떠올립니다. 목걸이, 팔찌, 혹은 묵주.
이런, 옷이 젖어드는군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
그리고 밤입니다.
투둑, 툭, 당신 방의 창을 때리는 빗줄기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당신, 잠에 들었나요?
눈을 뜹니다. 방이 아닙니다. 당신은 어떤 숲에 서 있습니다.
아뇨, 서 있지 않아요. 달리고 있습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릅니다. 주위는 어떤가요? 밤인가요? 아, 밤이 아니군요.
나무가 빽빽한 숲속인 탓에 어두우나 밤인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계속 내리던 비가. 헉, 숨이 들이켜지고, 내뱉어질 새도 없이 다시 한 걸음 뛰고,
에덴, <정신력> 판정.
에덴:
기준치: | 78/39/15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야가 일순간에 개입니다. 선명합니다. 숲의 사이로 내리는 빗줄기.
: 마녀야, 마녀!
뒤에서 어떤 이가 소리를 지르고, 당신은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녀도 미친 듯이 호흡을 내지르고 있습니다. 뜀박질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돌아보지 않은 채 그녀가 숨차게 말합니다. 웃고 있습니다.
??: 사람들은 꽃 따위에 때때로 의미를 붙여. 가끔 주워듣기도 했어. 노란 장미는 질투라던가, 백합은 순결이라던가, 꽃은 갖고 싶지도 않았을 말들이지.
왜 그들에게 내 의미는 마녀가 되었을까?
왜 내 이름은 마녀의 이름이 되었을까?
…멀리 나무 하나가 보입니다. 숲속의 키 작은 나무.
당신은 저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하얀 꽃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피어난 나무, 가막살나무입니다. 여자가 울음처럼 웃음을 터뜨립니다.
마구 흐트러지는 머리칼 사이로 옆얼굴을 보았습니다,
벨라입니다,
일순간, 시야가 뒤집히고,
……당신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꿈이었습니다. 꿈.
에덴, <지능> 판정.
에덴:
기준치: | 66/33/13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벨라. 벨라 페터스. 도대체 당신의 아가씨는 무슨 악몽을 꾸고 있는 건가요?
무슨 생각으로 니콜라스를 다정하게 보고 있는 건가요? 무슨 마음으로 자꾸 무언가를 숨겨대는 건가요?
창밖을 보면 아직 새벽입니다. 비는 그친 듯하지만, 하늘이 채 개이지 않았는지 그리 맑지 않습니다.
땅이 젖었겠지만 꿈을 쫓으려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덴:(나갑시다.)
별관 밖으로 나서면 그나마 가장 가까운 창고와 반대쪽에 위치한 정원, 그리고 저택 본관이 보입니다. 간단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에덴:(왠지 수상한 창고를 둘러봅니다.)
창고의 문은 닫혀있지만, 잠겨있지 않아 쉽게 열립니다.
안이 좀 너저분하긴 하지만 여러 공구들과 목재, 수레와 낡은 사다리와 삽…… 한때 주인어른이 종종 즐겨하셨던 취미인 사냥에 쓰는 장총도 여럿 있습니다.
에덴:
기준치: | 43/21/8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아 열린다고...)
에덴의 손놀림은 머쓱하게 허공을 스쳐갑니다.
주변이나 열심히 살펴 볼까요.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1/30/12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다리는 최근에 사용한 듯 끝부분에 흙이 묻어있습니다. 또한 삽의 쇠 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붉은기가 도는 것도 같고요… 수레에도 같은 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문득 한 달 전 보았던 그녀의 옷자락에 묻은 얼룩이 떠오릅니다.
창고에는 더 볼 것이 없습니다.
에덴:(나와서 정원쪽으로 향합니다.)
빛나는 여름이었다면 꽃으로 만발했을 정원입니다. 이 저택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아름다운 정원이죠.
에덴,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1/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젖은 땅을 밟는 가운데 유난히 단단하게 쌓은 듯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치 최근에 인공적으로 흙을 거기 끌어다 모은 것처럼. 삽으로 파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덴:(역시 정원사. 후다닥 수상한 삽을 들고와서 파봅니다.)
깊이 깊이 파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가 내린 탓에 흙은 젖어서 잘 파입니다.
15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포기할까, 싶어질 즈음에 무언가 삽 끝에 턱, 걸립니다. 계속 파내보면……
맙소사. 사람의
손
입니다.에덴, SANC 1/1d3
에덴:=
rolling 1d3
()
1
1
에덴은 놀란 가슴을 추스립니다. 시체를.... 그래요, 시체를 살펴볼까요.
<관찰> 판정.
에덴:
기준치: | 61/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딱딱하게 굳었지만 피부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아마 최근에 죽은 시체일 것입니다.
당신은 얼굴이 드러날 때까지 땅을 팝니다. 드러나는 옷이 검은색인 가운데 함께 묻혀있는 것이 있는데, 묵주입니다.
아. 더이상 파내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주인어른이 어제 아침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시체가 바로 실종되었다는 마을 성당의 신부, 콜린입니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에덴:(저택으로 가서 사람들을 불러오겠습니다... 너덜너덜...)
에덴은 저택 본관으로 향합니다.
사용인들을 위해 문이 열려있습니다. 애초에 정문은 단단히 잠겨있는 데다, 사용인들은 별관에서 일찍 일어나 새벽같이 출근하여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말이에요.
당신이 사람을 부르기 위해 안을 들여다보면, 불이 꺼진 저택 안은 어제처럼 어둡습니다. 조용하고……
<듣기> 판정.
에덴:
기준치: | 85/42/17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요? 안에서?
에덴:(소리가 난 곳으로 가봅니다.)
기이한 감각이 걸음마다 따라붙습니다. 바깥이 흐리다 싶더니 얕게 다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빗소리가요.
1층을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문도 열린 데 없이 그저 조용합니다. 하지만 분명 인기척은 났습니다.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움직이는… 문득 메이드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몽유병처럼 밤의 저택을 유랑하는 벨라.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아가씨의 방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아가씨는 무조건 문을 잠그고 잠듭니다. 그건 주인 내외도 마찬가지죠.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다급히 아가씨의 방으로 들어가보면,
몇 달 간 누구도 들이지 않았던 방 안은 온통 어질러져 있습니다. 퀴퀴한 냄새를 내는 오래된 종이와 책이 널려있고 침대는 그에 반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혼자 가지런한 모양새입니다.
가구를 몇 번 끌어 문 앞으로 당겨놓았던 듯 움직인 자국이 여실하고요. 곧 떠날 사람처럼 짐도 꾸려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종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에덴:
기준치: | 61/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종이는 온통 이름으로 가득합니다. 아가씨의 필체입니다. 그 가운데 당신은 죽죽 그어진 이름들을 발견합니다.
벤자민 콜린. 아까 본 죽은 신부의 이름. 맥 코너. 죽은 채 발견되었다던 푸줏간 청년의 이름.
신문에서 보았던 마을에서 실종된 이름들이 하나같이 그여있고, 동그라미 쳐진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니콜라스 로렌.
당신은 종이들 사이에서 책 하나를 발견합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에덴, <정신력> 판정.
에덴:
기준치: | 78/39/15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얼핏 무언가 떠오릅니다. 아니, 이게 떠오른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겁니까? 폭력처럼 쏟아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숲의 사이로 내리는 빗줄기. 마녀야, 마녀! 뒤에서 어떤 이가 소리를 지르고, 절벅이는 발소리, 숨차게 딛던 걸음, 꽉 쥔 손. 어떤 여자의 울음 같은 웃음.
왜 내 이름은 마녀의 이름이 되었을까? 묻는 벨라. 웃는 벨라. 우는 벨라. 멀리 보이는 가막살나무, 하얀 꽃,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일순 쓰러지는……
단단히 쥐었던 손 너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그런 감각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마녀를 태운 영웅들에게」 라는 제목과 함께, 종이에서 보았던 이름들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적어도 아는 이름 하나니까요. 니콜라스 로렌.
마녀를 태운 영웅. 마녀 사냥. 이단심판관.
마녀
.그 순간에 문 바깥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채 소리를 지르지 못해 언어로 나오지 못하는 음성입니다.
복도 끝 방에서부터 바닥을 박차고 뛰어가는 걸음을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또다른 발소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밖으로 나가면 이미 누군가 지나간 복도 위에는 수없이 찔린 듯 뚝뚝 떨어진 핏물이 낭자합니다. 목소리가 억눌렸다가,
니콜라스 로렌:―살려, …!
탕!
음성마저 막는 총성이 울립니다.
고개를 들면, 그녀입니다.
2층 계단에 서서 1층으로 도망친 니콜라스를 향해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긴, 벨라 페터스가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4. Under the Viburnum
니콜라스가 현관에서 나가기 직전 쓰러집니다. 그가 간 경로가 명확히 피로 젖어있습니다.
그리고 아가씨. 흰 드레스를 입은 아주 보통의 고아한 아가씨, 벨라 페터스.
칠갑을 한 채로 장총을 든 손을 힘없이 늘어뜨립니다. 총구에서 연기가 흩어지고 붉은 입술 새로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벨라 페터스:에덴. (언제나처럼 웃고 있다.)
제 방에서 나온 듯한 당신을 보고서도 그녀는 질책하지 않습니다.
벨라 페터스:기억났어?
대신 물을 뿐입니다.
벨라 페터스:기억 나?
난 다 기억해. 그 혹독하고 비논리적이었던 학살에 가까운 재판. 그녀가, 내가 당했던 모든 수모와 치욕과 바닥 없는 절망. 마지막 순간 죽어가는 몸뚱이 위로 낙수하는 빗줄기도, 굳어가는 뺨을 댄 차가운 흙도, 시야에 보이는 가막살나무도.
그리고 내 죽음을 옆에서 본 너까지. (갈피 없이 중얼거린다. 그저 흩어질 넋두리를 뱉어놓는 듯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 하나만큼은, 살을 에일 듯 선명하다.)
장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그녀는 실로 마녀처럼 피에 젖은 얼굴을 일그러뜨립니다. 웃음입니다. 아니, 웃음인가요?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채로 벨라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깁니다. 피 묻은 바닥을 딛고서는 천천히.
벨라 페터스:사람들은 꽃 따위에 때때로 의미를 붙여. 가끔 주워듣기도 했어. 노란 장미는 질투라던가, 백합은 순결이라던가, 꽃은 갖고 싶지도 않았을 말들이지.
그리고, 내게 감히 의미를 붙이지.
에덴, 기억해? …우리가 본 나무에 피었던 꽃이 기억나?
나는 이제 전부 알아. (처음으로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낯. 분노를 닮았다.)
그녀는 기실 나무 같습니다. 수액처럼 눈물을 흘리고 가지처럼 손을 뻗고 햇빛처럼 웃습니다, 피어나는 꽃이라고 말하기에 벅찬 모습입니다.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니.
벨라 페터스:……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니.
빗소리가 세차게 들립니다. 바깥으로 비가 들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도 모르는 그날처럼.
왜 내가 당신의 죽음을 목도했는지 모르는, 아주 먼 몇 세기 전의 그날처럼요.
벨라 페터스:세상은 아직도 나를 여자로 대하지. 귀족가로 팔려가면 그만일 딸. 로맨스가 생의 전부일 꽃 같은 장신구. 그게 틀어지면 나는 마녀가 돼.
마녀라. 제법 듣기 좋은 호칭이잖니. 한떨기 꽃으로 남아 꺾이고 마는 것 보다야.
나는 보복하고 싶었어. 내가 죽은 그 나무 아래서.
죽음보다 강한 것이 있을까요.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랑 아래서. 그러고 싶었어.
그녀도 진정 사랑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그녀가 웃습니다. 웃으며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벨라 페터스:곧 부모님이 깰 거야. 사용인들도 총소리를 들었다면 들이닥치겠지.
그러나, 난 살아야 해. 살아서 다 죽여야 돼.
(피눈물이 뺨을 타고 떨구어진다. 한 번도 웃음이라곤 지어본 적 없을 것 같은, 아주 서늘하고도 건조한 낯 위를 붉은 자국이 가로질렀다. 벨라의 우는 얼굴이란. 늘 증오의 곁에 선다. 그녀는 제 감정에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가까스로 씹어뱉는다.) 죽음으로 복수할 거니까.
에덴:(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습을 보이면 더이상 복수고 뭐고 없겠지요.
...저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세요?
벨라 페터스:내가? 너에게? (붉은 발걸음으로 휘청휘청, 당신 가까이로 다가온다. 코 앞에 멈춰서는 네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핏물 번진 뺨이 꽤나 섬뜩하다.) 그러면, 넌 부정하지 않을 거니?
에덴:아뇨. ...그래도 아가씨를 막고 싶지는 않아요. (슬쩍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애써 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시선을 돌리다 방 한쪽에 있던 짐꾸러미를 생각해냈다.) 그럼 도망가요.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요. 저도 자리를 뜰게요.
벨라 페터스:날 막지 않고? (입가에 비스듬한 미소가 걸렸다.) 에덴, 넌 지금 살인을 목격한 거야. 이 마을의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네 눈 앞에 있어. 경찰에 날 신고해 철창 속으로 가둬야 하지 않겠니?
내가 또 누굴 죽일 줄 알고. 다음 총알이 누구의 심장에 박힐 줄 알고… 이렇게 순순하게 날 놓아주려는 거야.
에덴:정말 끔찍한 일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가씨가 잡혀가는 것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일단 피해요. 그럴 작정 아니었어요? 네? (조급한 목소리.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벨라 페터스:너는… (울 것 같은 당신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된다. 나지막히 중얼였다.) …모든 것이 그때와는 이렇게나 다른데… 그 가운데 너만큼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구나. (짦은 웃음이 터진다. 피투성이가 된 채, 즐거워 보였다.)
겁도 많은 주제에 마음만 연약하지. 내가 떠나고 나면, 그 뒷감당은 어쩔 셈이니? 감당할 자신이 있어서 베푸는 선의인 거야? (대꾸하며 바닥을 나뒹구는 장총에 짧은 시선을 던진다. 천천히 몸을 숙여 집어들었다.)
왜 날 잡지 않았냐고 추궁하는 경찰에게는 무어라 대답하려고? 사실은 나랑 공범인 게 아니냐며 묻는 질문에는 또 뭐라고 반박할 거니? 의심과 숱한 고문과 핍박 속에, 결국은 네가 내 마지막 행방을 경찰에 고하게 되면 어떡하지? (장전된 총알을 확인하고, 새로 탄창을 채우고, 다시금 총구를 쥐어내며 마치 노래 부르듯 속삭인다. 흥얼거림이 적막한 저택을 맴돌다가 뚝 끊어진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네 다정함이 기껍구나. (벨라는 한 손에 다시 장총을 잡는다. 이번에는 살인을 위함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건 보답이라고 생각해. (어여쁘고 붉은 얼굴 위로 한가득 미소가 피어 있다. 네 모습을 크게 한 번, 기억에 새기듯이 시야에 담았다가 이내 총을 겨눈다. 당신의 이마 정 중앙을 향했다가 천천히 방향을 트는 총구. 어깻죽지를 겨냥한다.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5. Ending
탕!
살벌한 총성입니다. 여지없이 쏘아진 총알이 어깨에 박힙니다. 당신은 고통에 신음하며 주저앉습니다.
고통으로 시야가 흐려집니다.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바라보면, 웃고 있는 벨라의 얼굴이, 점점, 뿌옇게 물듭니다…
벨라 페터스:네가 눈을 감았다 뜨면, 나는 여기 없을 거야.
들려오는 목소리만이 선명합니다.
벨라 페터스:나를 막으려다 운 나쁘게 한 대 맞았다고 진술하렴. 그 뒤로는 줄곧 기절해있어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해.
말 속에 웃음이 섞여 들려옵니다. 사뭇 낭랑한 음성으로, 고통에 겨워하는 당신의 어깨를 다정스레 다독인 아가씨는,
벨라 페터스:잘 있어, 에덴.
다음 번 시체는 네 몫으로 바칠게.
쓰러진 당신을 뒤로한 채 저택 바깥으로 걸어 나갑니다.
등 뒤에는 붉은 핏자국만 남기고서.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렇게 동트는 새벽녘으로…
*
*
*
여기 피로 가득한 길이 있습니다. 한 마녀가 무참하게 짓밟아 걸어온 길입니다. 보세요. 니콜라스 로렌이 당장 흘린 피만 해도 이만큼입니다. 그녀의 메마른 맨 발조차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복수하고 싶다는 말은 한 치 거짓 없는 진심이었죠.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수십 개의 이름, 벨라는 그 망령된 기억을 영영 잊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생과 생을 넘어서도 이렇게 도망치고 마는 삶인가요. 또다시 쫒겨 도망치는 것은 그녀의 몫일까요.
아닙니다. 당신은 뚜렷하게 고개를 저어 부정합니다. 그 발걸음이 어찌 도망자의 것이던가요. 무게 없이 사뿐한, 증오에 물들어서도 기울지 않고, 선명한 이성과 샘솟는 분노로 무장한 그 여자에게는…
이 땅 어디에도 감히 그 마녀를 사냥할 이,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지금 총구를 쥔 쪽은
마녀
이니까요.영웅으로 포장되었던 죄악이 심판받을 차례입니다.
당신은 그렇게 피 웅덩이 한 가운데에서 기절했습니다. 사용인들이 본관으로 몰려오고, 주인 부부가 3층에서 내려오다 난장판이 된 피바다에 혼절하여 한참 소란스러워지고, 누군가는 당신조차 시체로 오인하여 무신경하게 건드렸다가 뱉어지는 신음 소리에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흐릿한 정신으로도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몰려온 경찰들의 시선에는 앙금같은 두려움이 배었습니다. 하긴 꽤 참혹한 꼴이 아닙니까. 피로 흥건한 저택, 나뒹구는 시체가 하나요, 반쯤 시체가 되다 만 사람이 한 명이고,
마을을 혼란으로 물들였던 연쇄 살인마의 정체가 실은 곱디 고운 귀족가 아가씨였다니요. 그 누가 예상했겠어요.
그러니 묻습니다. 이제 사냥당할 쪽은 누구입니까?
그 걸음은 도망입니까, 추적입니까?
Ending 5. 마녀사냥
탐사자, KPC 생존
'T R P 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몽담(葉夢談)│이권아라 (0) | 2020.12.20 |
---|---|
이브의 비망록│그레이스 (0) | 2020.04.07 |
어느 쪽이 좋아?(どっちが好きなの?) │ 펠마리유리 (0) | 2020.04.07 |
마녀의 고해│오드레이 (0) | 2020.04.07 |
들불 속의 연약│벨라바넷 (0) | 2020.03.30 |
댓글